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국민을 정치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마라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국민을 정치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마라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명확합니다. 범죄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죄를 지은 자에게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형사사법의 본질적 기능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략적 계산에 휘둘리며 극심한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연장선상에서 또다시 거론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논란은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또 하나의 위험천만한 정치 실험입니다.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가로막는 무리한 제도 개편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냉철하고 엄중하게 짚어보아야 합니다.
1. '검수완박'의 그늘과 수사 지연: 피해자에게 전가된 고통의 무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이후 형사사법 현장에서 나타난 가장 뼈아픈 현실은 '수사 지연의 일상화'와 '사건 핑퐁(책임 떠넘기기)'입니다.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건 처리 기간:
-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 도입과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 이후,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는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이 반복되면서 고소·고발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이 과거 수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다단계 사기 등 하루하루가 피 마르는 서민 대상 민생 범죄 피해자들은 사건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경제적·정신적 파탄에 이르고 있습니다.
- 진범 규명과 추가 피해 방지의 골든타임 상실:
- 범죄 수사는 속도와 증거 확보의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검사가 송치된 기록을 검토하며 추가 공범이나 은닉된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다시 경찰로 내려보내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증거 인멸과 도주의 기회만 넓혀주게 됩니다.
- 이의신청권 박탈로 인한 고발인의 구제 제한:
- 장애인, 아동, 공익 제보 등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고발한 사건의 경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권력형 비리'나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암장(暗葬)되는 부작용이 속출했습니다.
이처럼 기존 개혁의 부작용조차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최소한의 통제 장치이자 진실 규명의 보루인 '보완수사권'마저 전면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사법 제도의 붕괴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2. 보완수사권 폐지가 초래할 치명적 공백: 공소 유지와 인권 보호의 무력화
보완수사는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부족한 증거를 직접 보강하고,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나 무리한 기소를 걸러내는 필수적인 사법 통제 절차입니다. 이를 전면 박탈할 경우 다음과 같은 파괴적인 결과가 발생합니다.
-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의 맹점:
- 공소(기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주체는 법정에서 판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에 맞서 혐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증거를 확인하고 보완할 권한 없이 오로지 종이 서류에만 의존해 재판에 들어가게 되면, 유죄 입증 실패율(무죄율)이 높아지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 피의자·피해자 인권 보호 기능의 형해화:
- 검찰의 보완수사는 피의자의 억울함을 밝혀 무혐의를 입증하거나, 경찰 수사에서 누락된 피해자의 핵심 진술을 확보하는 순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검사를 단순한 '기소 자판기'로 만들면 부실 수사를 교정할 2차 안전망이 사라져 결국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 정치적 당위성에 매몰된 현실 외면:
- 일부 정치 세력은 특정 권력자 수사에 대한 반발과 진영 논리에 기반해 검찰 조직의 손발을 묶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국가 백년대계인 사법 시스템을 정략적 방탄과 진영 결집의 도구로 악용하며, 그로 인해 서민들이 겪을 혼란과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3. 사법 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정책 제언
형사사법체계의 개혁은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정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국민 편익'과 '신속·공정한 정의 실현'을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 검·경 간 유기적 협력과 책임 보완수사 체계 확립
- 보완수사권을 무조건 폐지하거나 한쪽으로 몰아주는 극단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경미한 사건은 경찰이 신속히 종결하되, 복잡한 경제·금융·권력형 범죄나 구속영장 청구 사건 등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신속하게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유기적 협력 모델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법정 처리 기한 및 이행 감독제 도입
- 고소·고발 접수 후 1차 종결, 보완수사 요구 및 재수사 처리 기간에 대해 엄격한 상한선을 설정하고, 기한을 넘길 경우 상급 기관이나 감독 기구가 즉각 개입하여 지연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고발인 이의신청권의 완전한 복원
- 장애인, 아동학대, 공익 비리 사건 등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전면 복원하여, 수사 기관의 자의적인 불송치나 축소 수사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경찰 수사 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예산·인프라 대폭 확충
- 수사권 조정 이후 폭증한 업무량으로 인해 일선 경찰관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첨단 디지털 포렌식 장비와 전문 인력을 대폭 지원해야 합니다.
4. 국민을 위한 법치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형사사법제도는 거창한 이념 투쟁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가가 신속하게 달려와 내 억울함을 풀어주고, 나쁜 죄를 지은 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 엄벌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법 서비스입니다.
검찰 개혁이든 경찰 개혁이든 그 종착지는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여야 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위해 국가의 사법 인프라를 허물고 국민을 끝없는 실험 대상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정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글 / 石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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