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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메가프로젝트, 특정 후보를 위한 달콤한 사탕에 불과한가

石鄕 (석향) 2026. 8.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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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메가프로젝트, 특정 후보를 위한 달콤한 사탕에 불과한가

글 / 石鄕


선거철만 다가오면 전국 방방곡곡의 지도 위에는 화려한 청사진이 덧칠해집니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철도 지하화, 신공항 건설, 대규모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초대형 관광 인프라 조성 등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이는 메가프로젝트 공약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지역의 100년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며 당선을 향한 호언장담을 쏟아내지만, 투표함이 닫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업은 표류하거나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서류함 속으로 사라집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던져지는 이 거대한 장밋빛 약속들은 진정 지역의 미래를 여는 동력인지, 아니면 특정 후보의 당선만을 겨냥한 일회성 ‘달콤한 사탕’에 불과한 것인지 냉철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1. 수십조 원짜리 공약의 범람과 공허한 ‘장밋빛 계산서’

선거 국면마다 되풀이되는 대형 인프라 공약은 천문학적인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들입니다.

단일 도심 철도 지하화 사업만 하더라도 최소 10조 원에서 20조 원 이상의 막대한 사업비가 추산되며, 신공항이나 광역급행철도망(GTX) 연장 등도 개별 사업당 수조 원에서 10조 원대를 가볍게 넘나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들이 발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국가 장기 재정 계획이나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남발하거나 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지표(B/C 비율)를 정치적 입맛에 맞게 부풀리는 행태입니다. 통상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지만, 선거철에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경제성이 0.5~0.6 수준에 불과한 사업조차 특별법 제정이라는 편법을 통해 강행되곤 합니다.

실제로 과거 선거 공약으로 급조되어 건설된 전국의 다수 지방 공항과 관광 시설들은 개항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며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습니다. 일부 지방 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를 고스란히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혈세로 메우고 있습니다. 수조 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재원 조달 방식은 민간 유치나 지방채 발행 같은 모호한 문구로 얼버무려지며, 결국 빚더미 계산서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2. 현실을 외면한 ‘선심성 매표 정치’와 임시방편의 덫

왜 정치권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메가프로젝트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근본적인 원인은 오직 4년, 5년 주기의 선거 승리에만 매몰된 포퓰리즘 정치 구조에 있습니다.

유권자의 체감도가 높은 복지 정책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역 혁신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면, 거대한 랜드마크나 도로, 철도망 같은 토목 공약은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원초적인 기대감을 자극하기에 가장 손쉬운 매표 수단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선심성 공약들이 실제 지역이 직면한 절박한 위기, 즉 초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인구가 급감하여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고 있는 지방 도시에 수조 원을 들여 대규모 철도 역사나 문화 콤플렉스를 짓는다고 해서 청년들이 돌아올 리 만무합니다.

정작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 보육 및 의료 체계, 직업 교육 인프라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콘크리트 구조물에만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납니다.

 

또한, 선거가 끝나면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대신 행정 절차의 지연, 부처 간 갈등, 법안 처리 미비를 핑계로 시간 끌기에 돌입합니다. 그러다 다음 선거가 돌아오면 ‘이번에는 반드시 완공하겠다’며 똑같은 공약을 재탕·삼탕하는 기만적인 행태가 반복됩니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키고 국가적 자원의 낭비를 극대화하는 주범입니다.

3. 공약 인플레이션을 멈추고 ‘진짜 혁신’으로 나아가는 해법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망국적인 공약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고, 국가와 지역이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약의 수립부터 검증, 사후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도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 독립적 공약 검증 기구 도입 및 재원 대책(Pay-go) 의무화 정당과 후보자가 일정 규모 이상의 메가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제시할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나 독립된 외부 전문가 위원회의 사전 재정 검증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대규모 사업을 제안할 때는 반드시 기존 지출을 어디서 줄일 것인지, 혹은 어떤 세원을 통해 조달할 것인지를 명시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공약 단계에서부터 엄격히 적용하여 무책임한 선심성 남발을 차단해야 합니다.
  •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건 강화 및 정치적 남용 금지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이 선거용 특별법 제정을 통해 무력화되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재난 예방이나 국가 안보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성 및 정책성 평가를 엄격히 거치도록 제도적 장벽을 높여야 하며, 편법적 면제를 방지하는 입법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 하드웨어 토목에서 ‘소프트웨어·정주 여건’ 중심 전환 지역 균형 발전의 패러다임을 거대 토목 공사에서 의료, 교육, 문화, 디지털 인프라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주 여건 개선으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대기업 및 유망 스타트업의 지방 이전을 위한 파격적인 규제 개혁, 지역 거점 대학 중심의 산학 연계 R&D 생태계 조성 등 청년들이 실제로 머무르고 일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정책에 재정을 집중해야 합니다.
  • 공약 이행률 공시 강화와 유권자의 책임 있는 감시 임기 중 공약의 진행 상황, 예산 집행률, 사업 변경 내역을 상시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약 실명제 및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유권자 역시 허황된 토목 공약의 달콤한 유혹을 분별하고, 우리 지역의 20년, 30년 후를 책임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비전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냉철한 주권 의식을 발휘해야 합니다.

선거철 메가프로젝트라는 달콤한 사탕은 먹을 때는 잠시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지역의 미래를 썩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구호 뒤에 숨겨진 실현 가능성과 재정적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정치가 바로 서고 지역의 참된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글 / 石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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