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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포항 앞바다의 추억: 설렘으로 뛰어들어 얼음이 되었던 첫 다이빙
石鄕 (석향)
2026. 8. 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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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포항 앞바다의 추억: 설렘으로 뛰어들어 얼음이 되었던 첫 다이빙
문득 코끝을 스치는 짭조름하고 서늘한 바닷바람 냄새를 맡을 때면, 40년 세월 저편 새파랗게 젊고 뜨거웠던 그 시절 포항 앞바다의 일렁이던 짙푸른 파도가 어제 일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1980년대 그 시절, 스킨스쿠버라는 레포츠 자체가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낯설고 신비롭던 때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온몸을 빈틈없이 조여오는 묵직한 검은색 고무 잠수복을 꿰어 입고, 허리에는 묵직한 납 벨트를 차고, 등 뒤에는 쇠붙이 냄새가 훅 풍기는 육중한 공기통을 짊어진 채 포항 바닷가 자갈밭에 섰습니다. 두꺼운 고무 물안경 너머로 펼쳐질 미지의 해저 세계, 그리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신비로운 바다 생명들을 직접 눈앞에서 마주한다는 생각에 가슴속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북소리가 요동쳤습니다.
"드디어 나도 저 거대하고 푸른 바다의 심장으로 들어가는구나!"
하늘을 찌를 듯한 청춘의 호기를 품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시퍼런 포항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온몸을 내던졌습니다.
1. 설렘은 어디 가고 찾아온 칠흑 같은 공포: 바다의 심연 앞에서 얼어붙다
그러나 물살을 가르고 수면 아래로 몸이 쑥 빨려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낭만적인 상상과 환상은 단 몇 초 만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온몸을 짓누르는 수압과 시퍼런 심연: 수면의 햇살이 희미해지며 발밑으로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바닷속 낭떠러지를 내려다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흘렀습니다. 귓전을 강타하며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와 호흡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거칠고 가쁜 들숨 날숨만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가슴을 묵직하게 압박해 오는 수압 앞에서, 조금 전 뭍에서 부리던 당당한 기백은 온데간데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야의 축소와 엄습해 온 패닉: 차가운 바닷물이 잠수복 틈새로 파고들며 시야가 좁아지자, ‘여기서 호흡기가 벗겨지면 어쩌나’, ‘이대로 바닥 모를 심연으로 가라앉으면 어쩌나’ 하는 원초적인 공포가 뇌리를 지배했습니다. 손가락 하나, 오리발(핀)을 찬 발끝 하나조차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완전한 '얼음' 상태로 굳어버렸습니다.
거대한 대자연 앞의 나약한 인간: 사방이 물로 가득 찬 무중력의 침묵 속에서, 굳건한 땅을 딛고 살던 인간이 거대한 자연의 품 안에서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나약한 존재인지를 뼛속 깊이 통감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2. 나를 반겨주던 바닷속 다정한 친구들: 두려움을 걷어낸 경이로운 생명력
얼어붙은 채 옴짝달싹 못 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던 나와 달리, 눈앞에 펼쳐진 바닷속 세상은 놀라울 만큼 고요하고도 한없이 평화로웠습니다.
은빛 유영과 찬란한 바다의 군무: 호흡을 가다듬고 시야를 넓히자,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투명한 물결 사이로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무리 지어 지나가는 바닷고기들의 유려한 날갯짓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거대한 바위 절벽 틈새에는 붉은 보석처럼 박힌 싱싱한 멍게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펄과 바위 바닥을 묵묵히 기어가는 해삼과 조개들이 저마다의 생명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해조류의 부드러운 율동과 환대: 조류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부드럽게 넘실거리며 춤을 추는 미역과 다시마 숲은 마치 "이곳이 우리의 평화로운 집이란다. 무서워하지 말고 편안히 들어오렴" 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방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두려움의 실체를 깨닫다: 바다는 단 한 번도 나를 위협하거나 밀어낸 적이 없었습니다. 거대한 품을 활짝 열고 온전한 생명의 숨결을 보여주고 있었건만,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를 꽁꽁 얼려버렸던 것은 다름 아닌 내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무지와 두려움의 그림자였습니다.
3. 40년 세월이 흐른 뒤 짓는 미소: 삶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지혜
그 서툴고 아찔했던 첫 입수의 기억을 반추하며, 희끗희끗해진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조용히 입가에 훈훈하고 넉넉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얼어붙었던 청년이 배운 인생의 유연함: 40년 전 포항 앞바다에 뛰어들어 돌처럼 굳어버렸던 그 새파란 청년은, 이후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수없이 몰아치는 풍랑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좌절의 심연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파도를 억지로 이기려 바짝 긴장하고 몸을 굳히면 물을 먹고 가라앉지만, 힘을 빼고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삶의 이치를 말입니다.
청춘의 가장 뜨거웠던 훈장: 미지의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모하리만치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그날의 첫 다이빙은,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내 영혼을 뜨겁게 지탱해 주는 가장 순수하고도 찬란한 청춘의 훈장으로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거센 파도와 어두운 심연의 두려움을 뚫고 기꺼이 뛰어든 자만이, 비로소 바다가 감추어 둔 가장 깊고 찬란한 숨결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오늘도 삶이라는 거친 바다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40년 전 포항 앞바다에서 하얗게 얼어붙었던 청년 석향의 서투른 첫 다이빙 이야기를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미소로 띄워 보냅니다.
글 / 石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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