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하일 골짜기 뻘 속에서 건져 올린 인연: 숨이 멎을 듯했던 탐석의 순간과 자연이 건네는 활력

주말이 찾아오면 물소리와 흙냄새를 벗 삼아 강가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렙니다. 한 주간의 피로를 털어내고 자연의 품에서 호흡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제게는 가장 큰 삶의 쉼표이자 건강을 다지는 보약입니다.
어느 주말, 맑은 물과 깊은 골짜기로 이름난 강원도 평창의 '하일'이라는 골짜기를 찾았습니다.
마침 마을 지류 정비 사업이 한창이었는지, 커다란 포크레인 한 대가 석축을 쌓기 위해 바닥의 흙과 자갈을 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현장에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기에,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챙겨간 시원한 생수를 한 모금 들이켜며 먼발치서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정오가 되어 일하시던 분들이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장비가 지나간 자리를 조심스레 살피며 물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마땅한 인연이 보이지 않아 "오늘은 그저 맑은 공기 마신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생각하며 널찍한 바위머리에 잠시 앉았습니다. 첩첩이 둘러싼 주변 산세와 굽이치는 여울물을 바라보며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숨을 고른 뒤 반대편 개울로 건너가 다시 천천히 거슬러 오르던 중, 물웅덩이 한쪽에 검은 진흙(뻘)이 두껍게 덮여 있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손으로 물을 조금 퍼내며 겉흙을 조심스레 걷어내는데, 손끝에 까만 진흙 속에 단단히 박혀 있는 묵직한 무언가가 잡혔습니다. 그때 손끝을 타고 전해져 오는 묘한 촉감과 전율, 그건 돌을 찾아다녀 본 사람만이 아는 직감이었습니다.
서둘러 진흙 덩어리를 물이 졸졸 흐르는 맑은 여울로 가져왔습니다.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겉에 엉겨 붙은 진흙을 살살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진흙이 씻겨 나가며 돌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가슴이 방망이질 치며 점점 숨이 가빠왔습니다.
마침내 진흙을 완전히 벗겨낸 돌의 자태가 온전히 드러난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심장이 멎는 듯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아래를 묵직하게 받치고 위로 날렵하게 솟구쳐 오른 형상, 억겁의 세월 동안 땅속과 물길 속에서 다듬어진 짙은 먹빛의 피부가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참으로 귀한 인연 한 점을 얻었구나!"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배낭에 돌을 소중히 챙겨 귀향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 얼마 못 가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 도저히 운전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차를 길가 한편에 세워두고, 차창을 열어 심호흡을 하며 가쁜 숨과 설레는 마음을 한참 동안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자연 속에서 인연을 만나는 탐석이 아니면 평생 느껴볼 수 없는 벅찬 희열이었습니다.
1. 평창 하일 돌이 품은 조형미: 비상(飛翔)의 기상과 깊은 먹색
집으로 돌아와 깨끗한 물로 정성스레 씻어낸 뒤 얕은 수반에 고운 모래를 깔고 돌을 올려놓았습니다.
-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역동적인 선: 바닥에 묵직하게 뿌리를 내린 채 대각선 위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 형태는 마치 험난한 파도를 가르고 솟구쳐 오르는 용의 머리나, 거대한 바위 절벽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날렵한 기상을 연상케 합니다.
- 단단하고 차분한 천연의 흑질(黑質): 평창의 거친 골짜기에서 오랜 풍화를 견뎌낸 돌답게 모난 데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으며, 촉촉하게 물을 머금을 때 배어 나오는 깊고 그윽한 먹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압도하는 묵직한 품격을 보여줍니다.
- 공간을 채우는 여백의 미: 위쪽으로 솟구친 부분과 아래 받침 사이로 시원하게 열려 있는 공간감은 꽉 막힌 답답함을 없애주고, 거실 공간 전체에 시원스러운 생동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2. 발품을 팔며 걷는 시간: 자연이 선물하는 심신 건강
골짜기와 강가를 오르내리는 탐석 여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최고의 생활 유산소 건강법입니다.
- 자연 지형을 타며 단련되는 하체 근력: 미끄러운 바위, 자갈, 물웅덩이를 조심스럽게 디디며 걷는 것은 평지 트랙을 걸을 때 쓰지 않는 전신의 잔근육과 균형 감각을 깨워줍니다.
- 심폐 기능 활성화와 맑은 공기: 깊은 산골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청정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땀을 흠뻑 흘리는 과정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심폐 지구력을 높여줍니다.
- 성취감이 주는 뇌 활력: 무언가에 온 마음을 쏟아 집중하고, 흙 속에서 보물을 찾아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벅찬 감동은 나이 들수록 찾아오기 쉬운 무기력증과 일상의 우울감을 말끔히 씻어내 줍니다.
3. 실내 수석 연출과 손쉬운 감상 관리 팁
거친 자연에서 집으로 모셔온 자연석을 실내에서 운치 있게 감상하는 관리 요령입니다.
- 기름칠은 금물, 맑은 물로 자연미 살리기
- 천연석의 숨구멍을 막는 인위적인 바니시나 기름을 칠하지 마시고, 아침마다 분무기로 깨끗한 생수나 수돗물을 가볍게 뿌려주세요. 물을 머금으며 서서히 짙어지는 먹빛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안구 정화와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모래 수반을 통한 안정적인 균형 잡기
- 이 돌처럼 위로 솟아오른 역동적인 형태의 수석은 고운 백모래를 깐 넓은 수반에 무게중심을 잡아 살짝 묻어둘 때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구도가 완성됩니다. 주변 모래에 수분을 머금게 해두면 건조한 실내 공기를 촉촉하게 유지해 주는 천연 가습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흙 속에 묻혀 있던 보석처럼, 우리네 인생도
새까만 뻘 속에 파묻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던 돌이, 정성 어린 손길로 흙을 털어내자 찬란한 기상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삶 역시 굽이치는 흙탕물을 지나고 때로는 짙은 어둠 속에 갇히는 듯한 순간이 있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의 빛과 기상을 온전히 드러내는 날이 오는 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이면 닫힌 방 안에만 머물기보다,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가까운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길 권합니다. 흙을 밟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삶을 설레게 하는 작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글 / 石鄕
평창 하일 골짜기에서 기적처럼 만난 수석의 역동적인 기상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따뜻한 공감(하트)과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