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피로와 한 주간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던 시름들이 밀려올 때면, 저는 말없이 배낭 하나 둘러메고 남한강의 푸른 물줄기를 찾아 떠납니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거친 자갈과 흙을 밟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야말로,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굳어있던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정갈한 생활 건강법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남한강 본류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한적한 지류 물길을 따라 행선지를 정했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강가에 서서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뒤, 모래톱과 돌밭 사이로 본격적인 강변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거센 물살에 강가 가장자리가 깊게 파여나간 모래톱 웅덩이에 이르렀습니다.
바닥을 살피며 발길을 멈추는 순간, 물살에 씻겨 겉면을 드러낸 짙은 묵빛의 돌 하나가 유독 묵직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물속에서 건져 올리는 순간,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단단한 차돌의 감촉과 함께 숨이 멎는 듯한 전율이 흘렀습니다.
돌 한가운데를 거센 강물이 수만 년 동안 파고들어 뚫어놓은 선명하고 시원한 투(透, 구멍)가 햇살을 투과하며 눈앞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수석인들이 평생토록 찾아 헤맨다는 투석(透石)과의 기적 같은 조우였습니다. 온몸에 차오르는 벅찬 희열과 함께 한 주간 짓누르던 피로가 단숨에 녹아내리는 가슴 벅찬 행운의 순간이었습니다.
1. 남한강 흑석 투(透)석이 품은 조형미: 깊은 묵빛과 가슴 뻥 뚫리는 관통의 미학
집으로 돌아와 정갈하게 씻어낸 뒤 옥빛 청자 수반에 고운 강모래를 도톰하게 깔고 돌의 무게중심을 잡아 올렸습니다.
- 빛을 관통시키는 시원한 투(透): 돌의 상단과 중심부를 연결하며 시원하게 뚫린 구멍은 거친 물살과 모래가 오랜 세월 한곳을 쉼 없이 파고들어 완성한 자연의 신비입니다. 꽉 막힌 돌에 구멍 하나가 뚫림으로써 공간에 무한한 여백과 통기성을 불어넣어 줍니다.
- 묵직하고 단단한 흑질(黑質)의 품격: 잡티 하나 없이 짙은 묵빛을 띠는 차돌 강질로, 오랜 세월 풍화와 마모를 견뎌내어 표면에는 물살이 핥고 지나간 미세한 피부 주름이 깊이 있게 살아 있습니다.
- 고뇌하는 철인(哲人)을 닮은 형상: 묵직하게 바닥을 디디고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사유에 잠긴 듯한 독특한 실루엣은 마치 거대한 기암절벽이나 바위 굴을 품은 영산을 축소해 놓은 듯 깊은 안정감을 자아냅니다.
2. 강변 물길 걷기가 선사하는 생활 유산소와 심폐 정화
실내의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거친 강변 여울목을 걷는 일은 몸과 마음에 차원이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 발목 관절과 하체 코어 근육 강화: 물길에 깎인 자갈밭과 푹신하게 꺼지는 모래톱을 디디며 균형을 잡고 걷다 보면, 평소 쓰지 않던 발목 인대와 종아리, 허벅지 속근육이 집중적으로 자극을 받아 하체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냅니다.
- 맑은 강바람으로 비워내는 심폐 디톡스: 여울물이 부서지며 뿜어내는 상쾌한 천연 음이온과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땀을 흘리면, 도심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가슴이 씻겨 나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집니다.
-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투(透) 멍'의 시간: 뻥 뚫린 돌의 구멍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기울이는 시간은, 복잡한 생각과 뇌의 과부하를 내려놓게 하는 가장 깊은 자연 명상(힐링)의 시간입니다.
3. 실내 수석 연출과 정갈한 모반(모래수반) 연출의 지혜
자연의 기운을 실내로 품어 안아 가장 돋보이게 감상하는 실천 팁입니다.
- 테두리가 낮은 수반과 밝은 모래의 대비
- 어둡고 묵직한 흑석 투석은 옥빛이나 밝은색 모반 수반에 연출해야 그 윤곽이 뚜렷하게 살아납니다. 바닥에 밝은 강모래를 깔아주면 돌의 짙은 묵빛과 대비를 이루며, 뚫린 구멍 사이로 빛이 지나가는 모습이 더욱 입체적으로 돋보입니다.
- 기름칠을 피하고 맑은 물을 분무하는 물양석(養石)
- 기름이나 화학 광택제를 바르면 천연석의 숨구멍이 막혀 고유의 질감이 손상됩니다. 깨끗한 분무기로 맑은 물을 살짝 뿜어주면, 마른 묵빛에서 촉촉하고 윤기 나는 흑진주빛으로 피어오르는 색감의 변화를 매일 새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막힌 곳을 뚫어내는 자연의 가르침
거실 석실 수반 위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이 투석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모진 세월 동안 물살을 밀어내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며 끝끝내 가슴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뚫어낸 돌 하나를 보며, 살아가며 마주하는 답답한 시련과 벽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우리네 인생도 집착과 고집으로 꽉 막혀 있을 때가 많지만,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며 비워낼 줄 알 때 비로소 마음의 창이 뚫리고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 법입니다.
한 주간의 고된 일상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무거우실 때, 주말 반나절쯤은 가까운 강변으로 나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흙과 자갈을 밟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시원하게 뚫린 자연의 숨결 속에서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와 건강한 활력을 온전히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글 / 石鄕
직접 탐석하여 애정으로 감상 중인 남한강 투(透)석의 깊은 자태가 마음에 드셨다면 따뜻한 공감(하트)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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