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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눈물과 현대 정치: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권력의 야욕
글 / 石鄕
반만년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 가장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비극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어린 임금 단종(端宗)의 눈물겨운 폐위와 비참한 죽음일 것입니다.
권력에 눈이 먼 숙부 수양대군에게 보위를 찬탈당하고, 삼면이 서슬 퍼런 강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험준한 암벽에 가로막힌 영월 청령포(淸泠浦)의 거친 유배지로 쫓겨나, 마침내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사약을 받고 차가운 강물에 버려져야 했던 비운의 소년 군주.
그 피비린내 나는 비극이 있은 지 수백 년의 세월이 도도히 흘렀고, 우리는 인권과 자유, 법치주의를 자부하는 21세기 문명국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의도 정치판의 민낯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과연 단종의 숨통을 조여왔던 그 야만의 시대와 지금의 정치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씁쓸함과 서늘한 분노를 삭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야욕: 명분의 포장지에 가려진 추악한 찬탈의 역사
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의 피바람을 일으키며 권력을 강탈했던 수양대군은 "간신들을 척결하고 종친과 사직을 안정시킨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명분의 가면 뒤에 숨은 권력욕: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껍데기를 한 겹만 벗겨내면, 그 본질은 오직 왕좌를 독차지하겠다는 비열한 사리사욕과 맹목적인 권력 독점욕에 불과했습니다.
현대판 정치 숙청의 기시감: 오늘날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입발림을 보십시오. 입만 열면 '국민의 뜻', '민생 회복', '사법 정의'를 요란하게 부르짖지만, 정작 실상은 상대 정적을 궤멸시키고 당권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기득권 성채를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칼날에서 법과 여론 공작으로의 진화: 과거 수양대군이 휘두르던 철퇴와 칼날이 현대에는 검찰권과 사법 권력, 편향된 언론과 SNS를 통한 악마화와 음해 공작으로 도구만 바뀌었을 뿐, 상대를 짓밟고 권력을 독식하려는 맹목적인 권력욕의 유전자는 털끝만큼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2. 충신은 사라지고 간신과 완장만 넘쳐나는 세상: 사육신의 절의는 어디로 갔는가
단종의 억울한 폐위와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며 끝까지 지조와 충절을 지켰던 사육신(死六臣)과 평생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생육신(生六臣)이 있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거룩한 의기(義氣): 온몸이 찢겨나가는 참혹한 고신 앞에서도 "나으리를 임금이라 부를 수 없다"며 호통을 쳤던 성삼문, 박팽년의 결기는 시대를 초월해 민족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횃불로 남아 있습니다.
양심을 파는 현대판 한명회들의 득세: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판에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내던지고 바른말을 할 줄 아는 진짜 충신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습니까? 오직 다음 총선 공천장을 받아 쥐기 위해, 권력 실세의 눈에 들기 위해 양심과 소신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계파 수장의 뒤를 졸졸 따르는 비루한 간신배들만 득실거립니다.
기회주의자들의 완장 찬 행태: 어제의 동지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권력의 단맛을 좇아 철새처럼 날아다니며 완장을 차고 완력을 부리는 정상배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비열한 시대의 암세포들입니다.
3. 백성만 피눈물 흘리는 비극의 되풀이: 언제까지 민초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조선 초기, 왕실과 훈구파 권력자들의 끝없는 찬탈과 숙청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가혹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것은 아무런 죄도 없던 무지렁이 백성들이었습니다.
정쟁의 불꽃놀이에 타들어 가는 민생: 궁궐 안에서 권력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백성들의 부역과 세금은 늘어났고 농토는 황폐해졌습니다. 수백 년이 흐른 2026년 오늘날의 현실도 소름 끼칠 만큼 판박이입니다.
민초들의 밥상을 걷어찬 정치 놀음: 여야가 사생결단식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얼어붙은 실물경제의 혹한 속에서 가게 문을 닫고 한숨지으며 피눈물을 쏟는 것은 오롯이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버텨내는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위정자들의 무책임한 침묵: 권력자들은 자리에 앉아 제 밥그릇의 크기만 재고 있을 뿐, 벼랑 끝에 몰린 민초들의 절규에는 철저히 귀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글을 맺으며"
어린 단종의 억울한 피눈물과 한(恨)이 서려 있는 영월 동강의 거친 물결은,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도 소리 없이 흐르며 이 부끄러운 시대를 묵묵히 굽어보고 있습니다.
역사는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비추는 가장 냉엄하고 준엄한 거울입니다.
수백 년 전 단종의 피맺힌 비극에서 그 어떤 반성과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저열한 패거리 싸움과 권력 찬탈의 야욕에 취해 민생을 짓밟고 있는 현대의 정치 모리배들.
이제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똑똑히 두 눈을 부릅뜨고 역사의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탐욕에 눈이 멀어 백성의 밥상을 내팽개친 위선자들에게 준엄하고 서슬 퍼런 심판의 철퇴를 내려, 진정으로 백성이 주인이 되는 정의롭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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